모욕을 당하고도 굴욕감을 못느끼는 국민들
< 모욕을 당하고도 굴욕감을 못느끼는 국민들..>
피터한트케의 '관객모독'은 참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 이미 제목에서 관객은 모독을 예상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독을 불사하고 여전히 관객은 모독을 당하기 위해 이 연극을 찾는다. 일종에 자학 본능일까? 아니면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것일까? "나는 널 모독할꺼야." 선언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어디 모독해봐."하면서 이 연극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이 연극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대는 사라지고 관객과 무대는 하나가 되어 버린다. 이것 부터가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서 "계급장 때고 한판 해보자."는 것이다. 돈주고 와서 욕처먹는 일도 쉽지가 않다. 그러나 관객은 이 모독의 현장 속에서 이상한 쾌감과 희열을 맛보게 된다. 그것이 바로 무대가 사라진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독당하는 것을 인식할 때에 비로서 자아 의식을 가지게 된다.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이런 관객 모독의 현장을 여기 저기에서 목격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시민들 사이에 끼어들어 마구잡이로 시민들과 욕설과 싸움을 한다. 그런가 하면 유명인들은 넷티즌과 구별이 없이 뒤 엉켜 싸움을 벌인다. 언론은 국민들을 시도 때도 없이 우롱을 한다. 무대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서로 욕하고 싸우면서 뭔가 새삼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다.
모욕을 당한 만큼 우리들의 자아의식은 커지게 마련이다. 세금을 내고 그 돈을 가지고 자신들이 처먹으면서도 국민 복지를 선심을 쓰는 듯한 언행도 기이하지만 그것보다 "지나친 복지는 국민을 나태해게 만든다"고 대놓고 거지 취급을 하는 국민 모독의 시대에 산다. 더 신기한 것은 피터한스케는 관객모독을 통해서 자아 의식을 돌출 시키고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모독을 통해서 자아 의식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 더 기이하다는 것이다.
당하면 최소한 굴욕감이라도 느껴야 정상이 아니던가?
